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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방에서 내려다본 대로변.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집에 있을땐 곤히 자고있을 7시에 눈을 떴다. 영국에서의 첫날이 밝은 것이다. 전날 밤거리를 걸을 때는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에 내가 해외에 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옆자리에 퍼질러 자고 있는 친구 얼굴로 배게를 던져 하루를 시작했다. 

일반적인 호텔 조식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단촐하지만, 놀랍게도 이 식사가 9000원이나 한다. 언빌리버블.

우리가 묵은 호텔은 원래 일반 공동주택을 개조한 곳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주변을 걷다보면을 보면 마치 게스트 하우스나 에어비엔비에 묵은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아쉽게도 조식이 제공되지 않아 주변에서 아침을 해결해야 했는데, 마침 Earl's Court 역 바로 앞에 간편식 등을 파는 LEON 이라는 가게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영국의 사악한 가격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후 후폭풍으로 인해 물가가 폭주하고 있다는 뉴스를 여러번 봐서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베이크드 빈즈 조금과 햄 몇조각이 담긴 작은 스쿱 하나가 9000원 이라는 가격은 차마 말을 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친구가 시킨 햄버거 메뉴는 7000원에 나름 합리적인 크기였고, 무엇보다 지하철 역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으므로 앞으로의 아침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Earls Court 지하철역.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꺠끗하다.

확실히 아침의 유럽은 밤의 유럽과는 달랐다. 아침 7시의 지하철역은 분명 어제의 그곳과 비슷하게 북적였지만 확실히 더 생기가 있어보였다. 특히 어제는 짐을 잔뜩 들고있어 소매치기를 경계하느라 눈에 담지 못했던 풍경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우선 역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컸고 지하철 승강장도 훨씬 많았다. 우리는 피카델리 라인을 타고 첫번째 행선지인 하이드 파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지하에서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100년 된 지하철에 무엇을 더 바라랴!

하이드 파크로 들어가는 정문. 대리석 아치 옆의 베이지색 작은 건물이 유명한 미술관인 앱슬리 하우스이다.

하이드 파크는 과거 영국 왕실의 소유였던 거대한 공원이다. 원래 공원의 끝에 위치한 캔싱턴 팰리스가 영국 왕실의 공식 거쳐였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현재 사용중인 버킹엄 궁전이 완공된 뒤에는 사용되지 않다 대중에 개방되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경복궁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궁전 겸 공원이다. 본래 왕실의 개인 정원으로 지어진 덕분에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하이드 파크 바로 앞에 위치한 1차 세계대전 희생 포병 기념비.

피카델리 라인의 하이드 파크 역에 내리면 캔싱턴 펠리스의 정확히 반대 방향에 도착하는데, 때문에 우리는 하이드 파크 역에서 내린 후 공원을 가로질러 2시간 정도 산책을 한 뒤 켄싱턴 펠리스를 둘러보기로 했다. 지하철 역에서 막 나온 우리를 맞아준 것은 작은 광장이었다. 이곳에는 작은 개선문과 대포 모양으로 조각된 돌 기념비가 있는데, 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포병들을 위한 것이라 한다. 기념비 건너편의 그리스 신전과 닮은 벽면을 가진 작은 건물은 앱슬리 하우스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7일간의 런던 일정에 어떻게든 넣으려 했지만 평일에만 개방하는 탓에 결국 방문하지 못한 불후의 장소이기도 하다.

토요일의 공원은 한적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아 한산했고 적당히 흐린 날씨가 선선한 바람을 불게 만들었다. 공원은 정말 넓었다. 우리는 천천히 공원을 걸으며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사람 없이 한산한 오래된 공원은 황량하다는 인상마저 주었다.
하이드 파크 정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준다고 한다. 그래 보인다.
하이드 파크의 지도. 옛 왕실 정원이었던 만큼 엄청난 위용을 뽐낸다.

하이드 파크의 가장자리를 거닐다 보면 굉장한 크기의 기념비가 보이는데, 이는 아프리카 해방 기념비라고 한다. 금박을 입힌 검은 기념비는 웅장하다 못해 고압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제국주의 시절부터 존재하던 공원이니 이러한 잔재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생생한 역사의 한 장소라고 볼 수 있겠다. 

굉장히 고압적으로 생긴 아프리카 정복 기념비. 제국주의 시절의 분위기가 생생히 느껴지는 듯 하다.

기념비를 지나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걷다 보면 영국 왕실이 오래전에 쓰던 궁전인 캔싱턴 팰리스에 도착한다. 캔싱턴 팰리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물인데, 이 때문인지 '궁전'에 걸맞는 화려함을 지닌 곳은 아니다. 하지만 캔싱턴 팰리스 바로 앞에 세워진 하얀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은 이곳이 엄연한 궁전이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세워진 작은 정원. 뒤로 보이는 벽돌 건물이 바로 캔싱턴 팰리스이다.

사실 우리는 이 장소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오늘의 가장 중점적인 관광지는 영국 과학박물관이 될 터였음으로, 우리는 캔싱턴 팰리스를 1시간 정도 둘러보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갈 계획을 짜 두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 터졌는데, 바로 캔싱턴 펠리스가 생각보다 구경할 거리가 매우 많은 곳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곳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무르게 되었다. 

캔싱턴 팰리스의 내부. 매우 고풍스럽게 생긴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왕의 알현실. 진한 붉은색의 벨벳 벽이 공간에 위엄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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