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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의 퀄리티는 상관 없다. 예쁘게 나왔는지, 흔들리지는 않았는지도 상관 없다.
물론 더 잘 나온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 '결국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적의 나는 이 말이 정말 말도 안되는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건 부모님의 영향이 어느정도 있는데, 가족 여행을 갈 때마다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으셔서 노느라 1분 1초가 아까운 어린 나의 마음을 애태웠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나는 예쁜 가족 사진을 찍기보다는 여행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사실 하나는 있다. 바로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잊혀진다'는 사실이었다. 내 부모님은 어린 나를 대리고 많은 여행은 떠나셨지만 이제 나에게는 단편적인 순간들 말고는 떠올리기 힘든 추억이 되어버렸다. 너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지금은 떠올리고 싶은 순간마다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그 사진을 봄으로써 기억을 떠올리는 기폭제로 쓸 수 있다.
사실 나는 기록을 좋아한다. 기록이라기 보다는 보관 이라고 하는게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들거나 이뤄낸 것들을 대부분 창고 안에 쌓아두고 4~5년 동안 그대로 묵혀둔다. 그 자체로 큰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에는 무엇인가 허전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이 또한 왜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마음이 끌리는 대로 보관할 뿐이었다. 그 결과 고등학교를 졸업할때의 무렵 나는 내 방 한켠에 쌓인 상자들, 그 안에 들어있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때 받은 모든 종이 유인물, 수행평가지, 시험지, 성적표, 학습지, 숙제, 가정통신물, 그리고 쓴 공책들과 글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 방정리를 하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상자를 열어 내용물들을 확인해봤다. 그리고 그 물건들을 매개로 그때의 기억들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보관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드디어 알게 된 것이다.
사실 컴퓨터 드라이브 안에도 엄청난 양의 보관 (백업 이라고 하자) 파일들이 잠들어있었다. 특히 중학교/고등학교 시절 내가 만들거나 제출했던 거의 모든 파일들의 사본이 있었고, 특히 대회나 공모전들에 나갔던 경험들이 완벽한 포트폴리오로서 정리되어 있었다. 뿌듯하기는 했지만 무엇인가 잘못됨을 깨달았다. 이걸 만들었을 그 순간부터 어딘가 인터넷에 올렸다면 굉장한 업적이 되어있었을텐데, 나는 이 모든것을 나 혼자만이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어쩌면 만금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닐 수 있었던 기록들이 드라이브와 상자 안에서 먼지 쌓여가고 있었던 샘이니 솔직히 굉장히 아쉬웠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는 왠지 완벽주의적인 기질이 있어서, 과거 나의 기록을 볼 수 있는 2012년의 블로그와 2018년의 페이스북을 내 손으로 폭파해버렸다. 기록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과거의 나!
나 스스로 말하기에는 자뻑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나는 평범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쉽게 할 수 없는 많은 경험들을 해봤고 지금도 해보는 중이다. 따라서 너무 늦기 전에 나의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해보려 한다. 굉장히 많은 기록들이 있기에 얼마나 걸릴지, 이를 완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목적 중 하나임으로, 설령 모든 것을 정리하는데 실패하더라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내가 중학교 1학년이던 시절부터 2024년 지금, 21살이 된 시점까지 인생에서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과 대회, 프로젝트, 대외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목표하는 기록 복구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2014-2020년 사건 정리
2018-2019년 카이스트 IP 영재기업인 교육원 수료과정
2020-2024년 적어보았던 소설 4편
2023년 한국항공대학교 ICT 메이커톤 수기
2023년 대한민국 메이커 스타 수기
2023년 한국항공대학교 테트리스 게임톤 수기
2024년 32일간의 유럽일주 여행기
2024-2025년 군생활 일기...
볼륨이 크다. 완성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모두 과거의 이야기들이지만 현재 작성하고 있으니 당시의 느낌이 100% 살아있일지는 잘 모르겠다. 자전적인 글이 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우선 유럽일주부터 완성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겠다.
이 프로젝트는 군 입대 1달 전 계획하게 되어 입대 2개월 후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역시 군대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